2023년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한 해였다.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2024년을 잘 보내기 위해 2023년 하반기를 포함하여 2023년 전체를 솔직한 감정으로 돌아보려고 한다.

우아한테크캠프

2023년을 시작하며 가장 이루고 싶었던 일은 인턴쉽 프로그램 참가였다. 학교 공부와 게임만 바라보다 뒤늦게 취업을 생각하게 된 나였기에 인턴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알고리즘 문제를 풀러 프로그래머스에 접속했다가 우아한테크캠프 6기 모집글을 보고 자기소개서가 없다는 점에 이끌려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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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당시 내가 합격했던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Spring은 다뤄본 적이 없어 과제 테스트를 앞두고 벼락치기로 응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같이 준비했던 사람들과 캠프 동기들을 둘러봤을 때 나는 실력 부족을 넘어 실력 결핍에 가까웠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몰입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 매 순간순간 낯설었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그래서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할 때까지,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마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꾸고자 했다.

고마운 동기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프로그래밍면에서도, 인성면에서도 동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모르는 기술 용어를 질문 할 때마다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또, 그들이 살아오며 느낀 것들을 나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어 지름길을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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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프로젝트를 할 땐 내가 이끄는 대로 진행하다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더뎌진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은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었고 끝까지 믿어주었다. 특히 중간 데모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지 못했는데, 그 원인이 모두 나 때문이고 팀원들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수다스러운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고민에 빠져있을 때, 나를 구해줬던 것도 동기들이었다.

수료, 그리고 채용 과정

두 달이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았던 두달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캠프를 수료했고, 개발자에 한 걸음 가까워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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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교육장을 떠나보내며 수료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아한형제들 채용 과정에 참여했다. 1차 면접을 통과하고 최종 면접까지 진행하였으나 마지막에 고배를 마셨다. 면접을 통해 성장했다고 위안을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개발자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게 되었지만 캠프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채용만큼이나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로서 필요한 지식과 인성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학사경고자에서 졸업생으로

폭풍과도 같았던 학교 생활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사실 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학년을 통째로 학사경고로 보냈다. 군대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전역 후 어영부영 복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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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같은 2학년 신분으로 늦은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새내기 같은 헌내기 생활을 시작했던 것이 오히려 나에겐 큰 도움이 됐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으로 인해 사람을 마주치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해보니까 재밌더라

처음으로 들었던 수업은 C++ 수업이었는데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프로그래밍이라곤 어릴 때 매크로 스크립트밖에 짜본 적이 없었던 나는 변수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함수의 리턴 값이 왜 존재하고 무엇인지 밤낮동안 고민했던 건 잊어지지가 않는다.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재밌었다. 변수와 리턴 값이 무엇인지 몰라도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코드를 작성하면 정말로 결과가 나왔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것이다.

노력에 응해준 세상

그래서 정말 재밌어하며 학교를 열심히 다녔다. 복학했던 첫 학기를 제외하고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기회를 찾아다녔다. 새로운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학교 선배들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해서 궁금한 점을 묻다보니 개발자 선배들이 생겼고, 팀 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또, 전공 교수님들 뿐만 아니라 교양 교수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사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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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어느새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고 성적과 개발 실력도 얻을 수 있었다. 노력을 한다고해서 결과가 따르는 법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다워지기

2023년은 나다움이 무엇인지 점점 찾아가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올해 내내 들었던 이야기는 내가 말하는 MBTI랑 그들이 생각하는 나의 MBTI가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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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MBTI 추종자 같아서 우습긴 하지만 그만큼 많이 변했다. INFJ로 알고 있었던 내가 올해를 겪으며 다시 검사하니 ENFP가 나왔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만남을 이어가던 것을 질색하던 내가 변했다.

나는 그저 솔직해지려고 했던 것 같다. 프로그래밍이 좋아서 열심히 했고 그러다보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궁금한 것들을 묻다보니 만남을 이어가게 됐고 어느새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 조금 의문이 남는다.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환경이 맞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어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일까.

2024년으로

2023년이 모른다는 것을 알게된 해라면 2024년에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꿀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방학 계획서마냥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취업

무엇보다도 내년 안으로는 취업을 하고싶다. 요즘 개발자 시장이 안 좋고 취업 시장 전체적으로 신입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개발자 지망생을 빨리 벗어나고싶다. 올해에도 몇 군데를 지원했으나 나의 부족으로 대부분 서류 탈락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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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 채우는 일만 남았다. 목표로 하는 큰 기업들이 있지만 굳이 그런 기업이 아니라도 흥미를 돋우는 도메인을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싶다. 연봉과 도메인을 저울질 했을 때 아직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자 한다.

네트워킹

올해는 주변 사람들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서로 시너지가 나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그래서 해커톤, 연합 동아리, 세미나 등이 열린다면 대부분 신청하려고 한다.

제대로 쉬기

한 해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긴 했는데 아쉬웠던 것은 제대로 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아한테크캠프가 끝나고 나서 푹 쉬지 않아 번아웃이 일주일 정도 온 적이 있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며 쉰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쉬는 것이 아니었다.

우아한테크캠프 기간에 난생 처음으로 명상을 시작하고 차를 마셨을 때가 진짜 휴식을 취했던 것 같다. 해야할 일에서 한 발자국 멀어져 나를 되돌아보며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일을 급하게 할 수록 마음만 불안해지고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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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2023년 하반기 회고가 아닌 내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글이 된 것 같다. 그만큼 올해는 나에게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많았고 그래서 과거 생각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면 좋겠다. 다들 2024년에도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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